장 밥티스트 르노 - 양치기의 그림자를 더듬어가는 디부타데스

Baron Jean Baptiste Regnault

프랑스 화가 파리출생, 그곳에서 사망. 니콜라 레피시에(Nicolas Lepicie, 1734~84)에게 배움. 1776년 로마상 수상. 1783년 아카데미 회원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화가이며 신화화와 역사화를 잘 그린다. 대표작은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더 대왕』



Dibutade ou l'Origine de la peinture
목동인 애인의 옆모습을 그리는 젊은 코린트 여인 디부타드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가 헤어질 순간에 이르자. 
아쉬운 마음에 여자는 연인의 그림자 윤곽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여자는 기억을 잃을까 두려워 까맣게 태운 지팡이 끝으로 무덤 벽면에 비친 남자의 그림자 선을 따라 그린다. 

르노의 장면 묘사는 특히나 애절하다. 
부드러운 저녁 하늘은 연인이 함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음을 암시한다. 
양치기의 전통적 상징인 소박한 피리는 남자의 손에 무심히 쥐여 있는 반면, 
왼쪽에서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는 개는 보는 이에게 정절과 헌신을 일깨운다. 
여자는 남자가 떠났을 때 자신의 마음속에 남자를 더 선명하고 더 강하게 붙잡아두기 위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코의 정확한 모양, 곱슬거리는 머릿결, 둥근 턱 선과 치켜 올라간 어깨는 남자가 수 마일 떨어진 푸른 계곡에서 
가축에 신경 쓰는 동안에도 여자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잊을까 봐 걱정하는 대상은 대체로 아주 구체적이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기억하길 원하고, 그래서 우리가 훌륭하다고 여기는 화가들은  무엇을 기념해야 하고 
무엇을 생략해야 할지 적절하게 선택한 듯 보이는 사람들이다. 
르노의 그림에서 여자 마음에 담고 싶어 하는 것은 단지 곧 떠날 연인의 전체적인 형상이 아니다. 
그녀는 더 복잡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어떤 것, 즉 그의 개성과 본질을 원한다. 
예술 덕분에 우리는 삶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을 성취할 수 있다. 즉, 사랑하는 대상이 떠난 후에도 계속 그 대상을 붙잡아둘 수 있다.

-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 -


기원전 600년 경, 고대 그리스의 코린트(Corinth) 시키온(Sicyon) 지방에 점토공예가 부타데스(Butades)가 있었습니다. 
그의 딸 디부타데스(Dibutades)는 이웃에 살던 청년을 무척 사랑했는데, 어느 날 그 청년은 먼 곳으로 떠나게 되었지요. 
연인을 보내야 했던 딸은 등불을 들고 청년을 찾아갔고, 등불을 비추어 잠들어 있는 청년의 그림자를 따라 벽면에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딸이 벽에 그려놓은 그림은 후에 아버지가 흙으로 빚어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은 기원전 146년 로마의 뭄미우스 장군(Lucius Mummius)이 코린트를 점령할 때까지 보관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부타데스는 지붕 타일의 끝을 사람의 얼굴로 장식하게 되었으며, 이를 위해 점토와 홍토의 혼합토를 만들어냄으로써 특별한 붉은 점토 사용법을 터득했습니다. 

부타데스의 이야기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반까지 그림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습니다. 쉬베(Joseph-Benoit Suvee)가 그린 부타데스 혹은 회화의 기원(우, Butades or the Origin of Drawing, 1791)이 대표적입니다. 램프 하나가 어둠을 밝히는 방 안에서 옆모습의 여인이 반쯤 앉은 남자 쪽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으며, 여인을 안은 남자의 얼굴은 위로 젖혀져 있습니다. 램프의 빛 때문에 여인의 목과 옷이 환하게 빛나고 있고, 여인의 얼굴과 남자의 몸은 어둠에 가려져 있습니다. 왼편 벽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드러나 있는데, 여인은 남자의 등 너머로 벽에 비친 그림자의 윤곽선을 따라 초상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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